AI 시대, 우리의 경험은 어디에 쓰일까요? | 유발 하라리

안녕하세요. 일이 잘되는 공간과 방식을 고민하는 찬스, 이종찬입니다.

새로운 기술 앞에서는 초보자일 수 있어요. 그렇다고 우리가 일과 삶까지 처음 배우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고, 사람을 이끌고, 사업을 이어온 시간에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판단이 담겨 있습니다. 조건이 좋아 보이는 제안을 왜 한 번 더 살펴봐야 하는지, 고객이 요청한 말 뒤에 어떤 문제가 숨어 있는지, 숫자를 맞추기 위해 무엇까지 포기해서는 안 되는지 같은 것들이요.

그런데 AI가 글을 쓰고 분석과 판단까지 돕기 시작하니, 질문이 생깁니다. 내가 쌓아온 경험은 앞으로 어디에 쓰일까. 혼자 사업을 하거나 다음 일을 준비하는 우리는 무엇을 더 배우고, 무엇을 지켜야 할까.

유발 하라리의 대화 영상 「The next 50 years: humanity, AI, power」에서 이 질문을 함께 생각해 볼 만한 대목들을 골랐습니다. 정답을 전해드리기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료로서 우리의 다음 방향을 같이 살펴보고 싶어요.

인용 안내: 아래 인용문은 영상의 영어 발언을 직접 번역한 것이며 공식 한국어 자막이 아닙니다. 화면과 발언은 각 주제를 해설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만 인용했습니다. 일과 삶에 대한 적용, ‘찬스의 한마디’와 마지막 요약은 찬스의 해석입니다.

지능이 풍부해질 때, 우리의 일은 어디로 갈까요?

유발 하라리가 지능의 문제 해결 능력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상 45:19 화면
화면 인용: Yuval Noah Harari 공식 YouTube, 「The next 50 years: humanity, AI, power | Yuval Noah Harari」 · 45:19 원본 장면

“지능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입니다.”

“Intelligence is the ability to solve a problem.”

유발 하라리 · 직접 번역 · 45:15–45:23

하라리는 지능을 주어진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문제를 푸는 능력으로 설명합니다. 그리고 AI 혁명은 이런 지능을 더 저렴하고 풍부하게 만드는 변화라고 이야기해요.

우리가 오랫동안 시간과 노력을 들였던 자료 정리, 문서 작성, 비교와 분석에 AI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뜻으로 연결해 볼 수 있겠습니다. 혼자 여러 역할을 맡는 솔로프리너에게는 분명 반가운 가능성이죠.

다만 도구가 좋아졌다는 사실과 사업의 문제가 풀렸다는 사실은 같지 않아요. 제안서를 더 빨리 만드는 것과 고객이 그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생기는 것은 다른 일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AI를 배우는 출발점을 도구의 이름보다 내 일의 문제에 두고 싶습니다. 반복해서 시간을 쓰는 일 하나, 고객에게 더 정확히 설명해야 하는 일 하나부터요. 모든 기능을 익힌 뒤 시작하기보다, 공개해도 되는 자료로 작게 시험하고 결과를 검토해 보는 겁니다.

도구에는 초보자여도, 우리가 풀어온 문제까지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원을 들어주는 능력보다, 어떤 소원을 빌지 고르는 지혜

유발 하라리가 꿈을 선택하는 지혜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상 46:21 화면
화면 인용: Yuval Noah Harari 공식 YouTube, 「The next 50 years: humanity, AI, power | Yuval Noah Harari」 · 46:21 원본 장면

“꿈을 선택하려면 지혜가 필요합니다.”

“You need wisdom to choose the dreams.”

유발 하라리 · 직접 번역 · 46:18–46:28

하라리는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 이야기를 꺼냅니다.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는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정작 무엇을 부탁해야 하는지 모르면 엉뚱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거예요.

사업을 해온 분이라면 이 차이가 낯설지 않을 겁니다. 매출을 늘리는 방법을 찾는 일과 어떤 매출을 만들어야 하는지 판단하는 일은 다르죠. 고객을 더 모을 수 있어도, 지금의 내가 그 약속을 감당할 수 있는지는 따로 봐야 하고요.

AI는 목표와 대안까지 제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제안을 내 사업과 삶의 방향으로 받아들일 이유가 있는지는 다시 물어야 해요. 다른 사람에게 좋아 보이는 사업이 나에게도 좋은 사업인 것은 아니니까요.

새 도구를 도입하기 전에 내가 누구의 어떤 불편을 덜어주고 싶은지, 이 일을 어떤 크기와 방식으로 이어가고 싶은지 적어보면 어떨까요. 남들보다 더 많이 만들기 전에, 내가 만들고 싶은 변화부터 분명히 하는 거죠.

실행할 힘이 커질수록, 그 힘을 어디에 쓸지 고르는 기준도 함께 자라야 합니다.

경험을 지키는 방법은, 경험을 다시 확인하는 것

유발 하라리가 진실을 확인하는 노력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상 31:07 화면
화면 인용: Yuval Noah Harari 공식 YouTube, 「The next 50 years: humanity, AI, power | Yuval Noah Harari」 · 31:07 원본 장면

“진실에는 비용이 듭니다.”

“The truth is costly.”

유발 하라리 · 직접 번역 · 30:59–31:16

하라리는 진실을 찾으려면 시간과 에너지, 사실을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진실은 복잡할 수 있고, 때로는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하다고요. 반면 허구는 얼마든지 단순하고 듣기 좋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대목을 우리의 경험에도 비춰보고 싶어요. 경험은 좋은 판단의 근거가 되지만, 과거에 효과가 있었던 방법을 지금도 그대로 믿게 만들 때가 있잖아요. 오래 지켜온 방식일수록 조건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고요.

경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새 기술을 무시할 필요도, 새 기술이 나왔다는 이유로 내 경험을 모두 부정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어떤 조건에서 맞았던 판단인지, 지금 달라진 것은 무엇인지 차분히 확인하는 쪽이 낫겠죠.

AI가 만든 답변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에게 전달할 숫자는 원출처를 확인하고, 사실과 추측을 구분하고, 틀렸다면 고치는 것. 이 과정은 번거롭지만, 우리가 제공하는 전문성이 신뢰로 이어지려면 빼놓기 어렵습니다.

오래 일했다는 사실보다, 판단의 근거를 설명하고 필요하면 고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AI가 못 하는 일을 서둘러 정하지는 말아요

유발 하라리가 AI의 감정과 의식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상 41:36 화면
화면 인용: Yuval Noah Harari 공식 YouTube, 「The next 50 years: humanity, AI, power | Yuval Noah Harari」 · 41:36 원본 장면

“그런데 AI는 무엇인가를 느낄까요?”

“But does it feel anything?”

유발 하라리 · 직접 번역 · 41:26–41:49

AI 시대의 인간을 이야기하다 보면 공감과 창의성은 끝까지 인간의 몫으로 남을 거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런데 하라리의 이 대화는 그렇게 간단한 안심을 주지는 않아요.

그는 AI가 감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과 실제로 감정을 경험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짚습니다. 그리고 AI가 실제로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확정하지 않습니다. 의식과 감정을 판단할 충분한 과학적 모델과 검사도 아직 없다고 말하죠.

그래서 이 영상을 AI는 절대 공감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읽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신 우리의 역할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돌아보고 싶어요. 나는 좋은 말을 건네는 데서 멈추는지, 상대의 상황을 듣고 실제 결과까지 살피는지 말입니다.

예를 들어 자문을 한다면 멋진 대안을 제시하는 것뿐 아니라 상대가 실행할 수 있는 조건인지 확인하고, 실행 뒤 문제가 생기면 판단을 다시 살펴보는 일이 있겠죠. AI는 이런 과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 안에서 누가 어떤 결정을 하고 어떤 약속을 맡을지는 분명히 정해야 하고요.

이것은 인간만의 영원한 독점 영역을 찾았다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의 전문성을 어디까지 책임 있게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제 해석입니다.

인간만의 특별함을 선언하는 것보다, 믿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을 먼저 생각해 봅니다.

일을 잘하는 나와, 잘 살아가는 나 사이에서

유발 하라리가 자기 이해와 행복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상 32:56 화면
화면 인용: Yuval Noah Harari 공식 YouTube, 「The next 50 years: humanity, AI, power | Yuval Noah Harari」 · 32:56 원본 장면

“자기 자신을 모르면, 삶에서 무엇이 불행의 원천이고 무엇이 행복의 원천인지 알 수 없습니다.”

“If you don’t know yourself, ... you will never know what are the sources of misery and what are the sources of happiness in your life.”

유발 하라리 · 직접 번역 · 32:49–33:01

하라리는 자신에 대한 진실을 모르면 큰 힘을 가지고 있어도 그 힘을 행복을 위해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이야기는 사업의 목표를 넘어, 우리 삶의 방향을 돌아보게 해요.

우리는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익숙합니다. 다음 계약을 준비하고, 맡은 일을 끝내고, 책임진 사람과 약속을 챙기죠. 그러다 보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묻는 일은 뒤로 밀리기 쉽습니다.

사업을 더 키우고 싶은 걸까요, 지금의 규모에서 더 좋은 일을 하고 싶은 걸까요. 일을 더 많이 맡고 싶은 걸까요, 오래 이어갈 일을 골라내고 싶은 걸까요. 어느 쪽이 더 훌륭한 답이라고 정할 수는 없어요. 다만 남들이 보여주는 성공과 내가 원하는 삶이 같은지는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AI로 시간을 아끼게 된다면 그 시간을 무엇에 쓰고 싶은지도요.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일 수 있고, 생각할 여유를 얻거나 건강과 관계를 돌보기 위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더 많이 생산해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인간의 가치를 생산성 하나로 평가하고 싶지 않다는 것, 이것은 하라리의 직접 인용이 아니라 이 대화 뒤에 덧붙이고 싶은 제 생각입니다.

무엇이든 더 빨리 할 수 있게 될수록, 무엇을 위해 내 시간을 쓸지 더 자주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찬스의 한마디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이, 지금까지 살아온 나를 지우는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쌓아온 시간에는 시행착오도 있고, 쉽게 말하기 어려운 책임도 있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만든 기준도 있잖아요. 그 시간은 새 기술 앞에서 저절로 빛나는 자산도 아니지만, 한순간에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다시 살펴보고, 설명하고, 새로운 도구와 연결해 볼 재료가 될 수 있어요.

그러니 너무 멀리 있는 미래를 한꺼번에 따라잡으려 하지 않았으면 해요. 내 일의 작은 문제 하나부터 AI와 함께 풀어보고, 내가 더 잘 판단할 수 있게 되었는지 확인해 보면 좋겠습니다. 혼자 사업을 한다고 혼자 모든 답을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우리에게 필요한 용기는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자신감보다, 아직 모르는 것이 있어도 다음 한 걸음을 내딛는 마음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 질문을 함께 이어가고 싶어요.

새로운 도구를 배우면서도, 내 삶의 방향을 고르는 자리까지 비워두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AI 대혁명 앞에서 우리가 준비할 것

하라리가 아래의 실천 목록을 그대로 제시한 것은 아닙니다. 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준비를 여섯 가지로 정리해 봤어요.

  1. 목적부터 정해요.
    AI에게 방법을 묻기 전에 누구의 어떤 문제를 풀려는지 한 문장으로 적어보세요. AI도 목표를 제안할 수 있지만, 그 목표를 받아들일 기준은 따로 살펴야 합니다.
  2. 내 전문성에 도구를 붙여봐요.
    공개해도 되는 자료와 작은 반복 업무로 시작해 보세요. 초안 작성은 맡기더라도 검토할 기준과 민감정보의 경계는 먼저 정해두면 좋겠습니다.
  3. 경험과 AI의 답을 함께 검증해요.
    과거에 통했던 조건이 지금도 같은지, 답변의 숫자와 출처가 맞는지 확인하세요. 모르는 부분은 남겨두고, 오류를 발견하면 고치는 태도를 지켜요.
  4. 관계와 약속의 범위를 분명히 해요.
    고객에게 결과물만 전달할지, 실행과 점검까지 도울지 정해보세요. 무엇을 약속하고 어디까지 책임질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5. 아낀 시간을 어디에 쓸지 생각해요.
    일을 더 늘리는 것만 정답은 아닙니다. 집중할 일, 건강, 관계, 배우고 싶은 것을 함께 고려해 내가 원하는 사업과 삶의 크기를 정해봐요.
  6. 개인의 적응만으로 끝내지 않아요.
    AI가 무엇을 대신 결정해도 되는지, 정보와 권한을 어디까지 맡길지에도 관심을 가져요. 하라리가 법과 정치, 안전을 함께 다루듯 제도와 사회의 선택도 중요합니다.

이번 주, AI와 함께 풀어보고 싶은 내 일의 작은 문제 하나는 무엇인가요?
거창한 미래 계획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그 한 가지에서부터, 우리의 다음 걸음을 함께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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